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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사진 일기

7. Hamburg(3) Berlin(1), Germany

2015. 5. 11

 

오늘은 싫은 날.

 

1-체크아웃 준비를 해서 나왔더니, 내가 묵던 호스텔의 리셉션 문을 어제 누군가가 부셨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짐을 맡아줄 수가 없다고.

오늘 계획은 짐을 숙소에 맡겨두고, 어제 보았던 하펜시티나 스타벅스(가 보통 와이파이가 잘 되서)에서 여유롭게 책읽고 자소서를 쓰는 거였는데.

이 짐더미들을 들고 거기까지 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곧장 베를린행 기차를 타게 될 Hamburg Dammtor 역으로 갔다.

 

2-그 시각 집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내가 보낸 택배에 액체가 들어있냐고 물었다. 그랬다. 깜짝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말도 안하고 프랑스 와인이랑 과자랑 이것저것 싸서 보내고 왔는데, 와인병이 깨져 버린 것이다. 네 달간 살았음에도 와인에 대해 잘 몰라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고심 끝에 넣은건데.. 게다가 뽁뽁이랑 신문지랑 얼마나 싸맸는데.. 허무하게 맛도 못 보여주고.

 

 

3-기차역에 일찍 도착해서 표를 첮아보니 바보같이 함부르크->베를린 행 기차표만 인쇄를 빠트린 거였다. 찜찜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기차역안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거기서 와이파이 잡아서 이때까지 중에 제일 빠른 속도로 자소서를 다 쓰고, 한 시간쯤 여유를 부리다가 기차를 탔다. 그래서 그냥 평소와 같은 날이겠거니 좋게좋게 생각하려 했다.

 

 

베를린 숙소에 와서 짐을 놔두고 베를린에 대해 검색을 좀 하고 난후에 가볍게 숙소 주변에 뭐가 있나 보려고, 봐둔 곳 중에 제일 가까운 베를린돔을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분명 숙소에 올 때 본 베를린은 역시나 한 나라의 수도답게 거리도 넓직넓직 하고, 상점들도 규모가 굉장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사람들이 다니긴 다니는데 되게 조용하다. 다른 대도시들처럼 활기가 느껴지진 않았다. 식당 테라스에 앉아서도 조용히 식사를 하고, 거리에 놀러 나온 사람들도 차분하게 앉아있다. 그래도 뭐 난 계속 걸어갔다. 마침내 베를린돔에 다다랐을 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150511 BERLIN

 

@150511 BERLIN

 

▲ 이 다리 주위로 온통 공사 중이고, 건너편은 아주 휑했다.

 

 

다시 돌아오면서는 TV 타워 앞에 분수대가 있는 걸 발견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람들이 있었으나, 진짜 여전히 착 가라앉은 분위기.

배는 안 고픈데 좀 심심해서 커리부스트를 사서 숙소 쪽으로 오는데 알렉산더광장 주변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오! 한 입 먹은 커리부스트도 맛있고, 기타 소리도 제법 좋아서 마음이 누그러지려던 찰나, 내 왼쪽 주머니에서 휴대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돌아보니 웬걸. 어떤 남자가 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휴대폰을 잡았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잽싸게 손을 빼고는 옆에 있던 여자친구한테 갑자기 뽀뽀세례를 한다. 베를린이 제대로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뭐니' 이런 눈빛을 쏘아주고 주머니를 잠그고는 마저 버스킹을 보는 척 했지만, 이내 자리를 떴다. 그러고 혹시나 훔쳐간게 없나 지갑, 여권 일일이 확인을 다 했다. 그 길로 숙소에 걸어와서는 악명높은 이탈리아와 파리에서도 안 당했던 소매치기를 직접 본 탓에 한동안 계속 멍했는데, 방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지금은 나아졌다. 

 

오늘의 교훈. 베를린에서는 밤에 돌아다니면 안되겠다. 여행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겠다.

어쩐지 오늘은 이제 타지생활은 이 쯤이면 된 것 같다고. 자꾸 한국에 가고 싶더라니.

 

 

@150511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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