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착하는 인간, 박상영 『우주 한 점 우럭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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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소설가가 늘 궁금했었다. 그는 어떤 글을 쓰기에, 책을 내는 족족 화제가 되는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둔 책을 읽은 건 그가 나와 맞는지 간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는 맞지 않았다.
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이 글은 사회가 엮여있긴해도 결국엔 연애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재미 요소로 꼽는 '웃픈 묘사들'이 내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기에.
점점 더 나는 명확함을 선호하는 것 같다.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힘겹다.
그래,
하지만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매달리며', '천착하여' 살아간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각자의 정체성을 골몰하는 주제와 대상에서 찾는 것이 인간.
요 몇 년, 나는 '불평등'이라는 주제에 몰입했다.
그렇다고 나의 정체성을 불평등에서 찾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몰입할 대상은 또 하루 더,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준다.
그리하여 어찌 이 세상 살아가냐 묻는다면,
어김없이 "나의 대상에 대한 믿음(내지 추종) 덕이지요"
믿음(내지 추종)이란 게 이토록 강하며, 불가사의하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9)》 ebook 중에서.
p35
돌이켜보니 태극기가 오버로크된 백팩 안에 언제나 종이 뭉치와 빨간색, 검은색 플러스펜과 잘 깎은 연필이 든 오래된 필통을 넣어 다니는 것이 누가 봐도 출판 편집자의 가방이잖아.
p36
― 당신이 맛보고 있는 건 우럭, 그러나 그것은 비단 우럭의 맛이 아닙니다. 혀끝에 감도는 건 우주의 맛이기도 해요.
― 네? 그게 무슨 (개떡같은) 말씀이신지……
―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p103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실은 절박하고 가련하게 자신만을 열망하는 우리의 이기적이고 유일한 방편들. 그러니 묻자.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p105-106
아름다웠던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대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일"이 사랑의 본래적 모습에 좀더 가깝지 않을까. 자신의 내밀한 열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것을 바로 보는 일. 그리하여 대상을 숨쉴 수도 없을 만큼 옥죄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