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또 김동률 님의 독후감(?) 때문에 읽게 되었다.ㅎㅎ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신작인 듯한데..!!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르는 신간 작품들은 왠만하면 모두 읽어보고 싶은데도, 구매가 아니면 구할 방법이 없어서 잘 못읽다가.
어느날 순전히 이 책을 읽기 위한 목적으로 시내 대형서점에 갔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반을 읽고, 또 다른날, 다른곳에서 나머지 반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참 아이디어가 비상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연쇄 살인범과 알츠하이머의 결합. 거기에 이를 풀어내기 위해 취한 기발한 구성.
연쇄 살인자의 기억을 위한 note를 그자체로 가져와 책으로 쓸 생각을 하다니. 게다가 군데군데 드러난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각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김영하 작가만이 가진 고유의 강점과 재치가 번뜩이는 책이었다.
나는 그의 책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 하나만으로 그의 팬이 되기를 고민할 것도 같다.
특히 마지막 반전이.. 이 모든 이야기가 살인자인 주인공의 의식이 만들어낸 허구였다니..
'은희'라는 동일한 이름이 만들어낸 기억을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지녀왔던 것일까? 알 수없는 일이다.
단순히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한편의 영화를 몰입해서 보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교의 윤리를 알려주는 책인,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활용한 점이 지금까지도 가장 인상에 깊다.
반야심경은 책 전체에 걸쳐 2번 등장하는데, 나에겐 불교 경전들 중에서는 가장 익숙한 구절이었는데,
글의 끝에가면 반야심경을 읊으면서 거의 마무리를 하는데, 귓가에 나직이 울려와서 뭔가가 허했다.
"그러므로 공空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