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6
2015년 5월의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
@ Musikverein
마침내 오지 않을 것 같던 끝이 왔다. 이제 끝은 조금 익숙하니까
그래서 일까. 마지막이 와도 그닥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냥 지난 다섯 달 내내 여행일 때도 여행, 여행 아닐 때도 여행 중이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 때는 처음으로 혼자 오랜기간 여행을 간거라 잔뜩 긴장하고 가서, 즐기지도 못했었다.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집은 아니었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혼자였다.
그래도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걸 느껴서 한동안 리옹에서의 일상을 엄청 열심히 살기도 했지.
저 때는 사람을 만나다가 겨우 하루만 혼자 다니게 되어도 외로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젠 그냥 이래저래 힘에 부대껴서 외로움이고 뭐고
신체적 정신적 체력의 고갈로 도시의 볼거리도 겨우 다녔다. 그래도 떠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건
그동안 리옹에 있었으면 더 무기력한 날들을 보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외로움 그런거 모르고 혼자서 잘만 살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아니었다.
어딜가나 말이 통하지 않아 이 나이에 다시 세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 것 같은 무력감을 수도 없이 느꼈고,
모국어가 아니니까 당연한 거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던 날들이었다. 하루 이틀 그 날들이 지나고는 나는 '의사소통을 못하는 나'에 적응을 해버렸다.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어 되묻거나, 더듬더듬 말하는 내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았다.
멀리까지 나온만큼 이 시간을 값지게 보내야한다고 채찍질 했다가 지쳐 풀썩하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나는 왜 유럽을 오려고 했을까. 독일에서 떨어지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왜?
막연히 유럽이란 대륙을 가고싶었나 보다. 그래서 직접 와서 경험하고 나니 달라진 게 뭔데.
실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알게되는 다른 많은 일들처럼
나의 2015년 상반기도 시간을 먹고 먼 훗날의 언젠가
불현듯 확실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날이 올까. 그럼 나는 꿈 같았다고 말할까.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4학년이고 앞으로 뭘해서 먹고 살건지
이상을 좇는 몽상가가 아니라 내가 못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포기할 줄 아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겠지. 제일 우려되는 건
내가 얼마간의 재적응 기간을 보내고 또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까봐. 지난 5개월을 감쪽같이 잊을까봐.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과 독대하며 살았던 시간들을.
꿈에 그리던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를 보았다. 그의 백발과 힘이 들어간 팔동작의 뒷모습. 지휘자마다 느낌이 모두모두 다르다.
빈 필은 뉴욕,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라더니 과연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독주보다 합주가 난 훨씬 좋다.
편애하게도 오케스트라가 배경이 되는건 싫다. 그런 이유에서 소프라노와 함께한 1부는 흥미가 덜 했다.
악기끼리 어우러짐이 좋고, 어느하나 독보적으로 튀지 않음이 좋다. 정말로 주관적인 편애가 아닐 수 없음!
비엔나에 위치한 UN 건물인 uno-city 일대도 보고오니까 정말 짱짱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다 생각함.
독일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는 빈대학을 도서관까지 둘러보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시청사는 비를 피하러 들어간 듯한.. 안 뜰을 향하고 있는 복도는 운치 있어. -단순한 감상
신발 하나 버렸는데, 새 신발까지 이제 비에 다 젖었다. 지금 유럽은 장마 기간을 지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말도 안되. 한국 6월이면 또 장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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